
아버지의 한결 같은 마음 jk*****2018.09.18
몇 달 전부터 동네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야근이다 회식이다 해서 일찍 일어나는 것이 어려웠지만 실천에 옮기니 몸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고 능률도 오르고 활력소가 생기는 것 같다. 매일 같은 시각에 산을 오르니 동네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때로는 커피를 나누는 소소한 즐거움이 생겼다. 그 중 백발이 성한 어르신이 유독 눈에 띄었다. 얼굴에 주름도 가득하시고 걸음걸이도 약간 불편하신 것 같았는데 열심히 윗몸 일으키기를 하시고 젊은 사람들도 하기 힘든 역기를 드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어르신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기 보다는 무리하지 마시라고 걱정스레 말을 건넸다.
그러던 어느 날 역기를 들다가 허리를 감싸는 모습이 보였다. 다치신 것 같아 걱정스레 물어봤는데 다행히 괜찮다고 하셨다. 조금 무리하시는 것 같으니 가벼운 것 부터 시작 하시는 것이 낫지 않겠냐라며 말을 건넸더니 그제서야 왜 이렇게 운동에 집착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셨다. 1년 전에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 신세가 되었고, 아들이 자식과 부모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이제 내가 나서야 한다며 열심히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끝에는 말씀을 약간 흐리시더니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 다치면 아무것도 못하시니 적당히 하셔야 한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순간 고향에 계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 아버님도 아직 과수원 일을 하고 계신다. 이제 그만 하시라고 말씀도 드리고 용돈도 섭섭하지 않게 드린다고 생각했건만, 자신의 한 몸 편한 것보다 자식들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하는 것은 고금막론의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어둠이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 이부자리에 있었으면 깨닫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되니 사람들이 왜 약수터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는지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전☆욱 <010-****-7604>